
"저 좀 제발 도와주세요."
얼마 전 한 고객분께서 걸려온 전화의 첫마디는 너무나 간절하고 다급했습니다.
"저희 제품은 에어캡에 비닐 포장만으로는 못 나가는 제품이예요… 다른 박스회사 여러 곳을 문의해봐도 만들 골판지가 없데요. 한 달째 주문이 들어와도 박스가 없어서 제대로 발송을 못 하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2020년 10월 국내 3대 골판지 제지공장 중 한 곳이 대형화재로 인해 전소 되는 사건으로 골판지 대란이 시작되었습니다. 리스크를 감지한 관계기업들이 올해 4월까지의 물량을 선발주하는 등 공급량은 정해져 있지만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가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택배박스가 아닌 패키지용으로 사용되는 골판지는 택배박스에 사용되는 원단에 비해 생산성이 40% 이하인데다 전문인력의 관리가 많이 필요해 생산이 기피되어 왔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습니다.
때문에 박스마스터에서는 11월부터 칼라박스와 싸바리박스의 비중을 늘리고 골판지 패키지 신규주문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물론 매출에 영향은 있었지만 다른 사업부와 다른 카테고리 주문 비중을 늘린다면 골판지 패키지는 만들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하지만 1월이 되어서 받은 한 통의 전화로 잘 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예, 골판지 대란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택배박스가 없어서 포장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무겁거나 깨지기 쉬워 반드시 골판지박스를 패키지로 쓸 수밖에 없는 제품을 다루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올겨울 얼어붙은 듯 멈춰있었습니다.
다음날 전사회의를 소집하고 연락이 닿는 원단제조 공장들에 협조를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대란이 시작되었을 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거의 모든 제지 및 원단(판지)제조 공장들에 올해 4월까지 생산량에 대한 주문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 계속해서 선발주가 들어오는 상황이라 지금 주문을 하더라도 최소 4월에 생산을 시작하거나 그 때 가서도 대기업의 추가 주문이 들어온다면 틀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매출의 문제가 아니라 소상공인과 저희 같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용할 판지가 필요하다며 일일이 찾아뵙고 고개숙여 부탁드린 결과 정말 감사하게도 몇 곳의 공장에서 당장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기존 주문건에 대한 생산량을 맞추면서 저희 주문건을 추가근무를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수량도 제한적이고 단가도 저렴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도움 요청에 응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골판지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고 업계 특성상 현물이 오가며 금액의 단위가 크기에 저희가 골판지박스 건에 한 해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골판지 수급을 위해서는 무상제공이나 할인 등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저희의 뜻에 공감해주시고 지원을 약속해주신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 당장 골판지 패키지 박스가 필요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만을 위해 사용하고자 합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제 결정이 골판지 박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주)박스마스터 대표 김승현